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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을 정신없이 보낸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늦은 밤 퇴근길, 집으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안에서 오랜만에 꼼꼼이 들여다보는 거울.

한 때  갓 빚은 강진청자같은 얼굴이었으나(^^;), 수십개가 넘어선 많은 점들, 손 때묻어 거무튀튀해져버린 얼굴. 스크래치도 많이 생기고, 95년식 액센트 자동차 겉 표면처럼 낡아버렸다. 멋지게 늙어가고 싶기도 했는데..

30대 초중반에는 일에 미친 듯이 살았다. 미친 듯이 일하면, 회사에서도 인정받아 스스로 꿈을 펼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마도 옛 소속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가고, 어려워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일에 미친듯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밤손님처럼 나타날 직장내의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
이젠, '미친듯이 &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개발사업부 팀원들과 함께, 여러 회사문을 노크했었고, 이전 직장에서  상사로 있었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순간순간 행복한 날들이었다.
<- : 이전 회사 근무시 자리>

자신의 생애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살아가는 일. 그렇게.


회식자리에서 늘 무심히 구경만 했던 폭탄주 제조법을 본격적으로 술자리에서 배웠고,
맥주를 얻어먹곤 했던 자리들이 양주를 접대하는 자리로 바뀌기도 했고, (소주나 맥주를 천천히 즐겨먹던 '아름다운 날'들은 가고, 폭탄으로 빨리 취하고 싶은 자리가 늘어난 셈인데, 그래서 '술푸다'.) 회사 업무는 다섯배쯤 늘어났고,  참 많은 CEO를  만나뵙고, PT를 하거나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는 기쁨을 누렸다. (완도전복주식회사의  대표이사님을 수행하며 만난 농산무역의 조기심 대표이사님과의 1시간정도의 미팅은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다. )

가슴 한켠에, 다시는 스무살 시절의 가슴 뜨거운 연애는 경험하지 못하리라는 유부남의 가장 아쉬운 로망이 채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기도 한데, 어쩌면,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으로  청춘의 모든 날들이 가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겨레21에 연재물로 실렸던 노동OTL 기사는 매회마다 가슴 찡하게 아팠다.

언젠가 후배 혜은이의 블로그 글에서 본 것처럼, 생의 반전을 다시 한번 준비한다.
그리고 2009년 가파른 길을 걸어왔지만,  회사 이름으로 직원 모두가 소액이지만 급여 일부를 떼어내어 기부를 하기로 했다. 기부대상자 선정은 올해는 개발팀장이 소신껏.

<빌게이츠의 인생수업>에서.

무릇 큰일을 해내는 사람에게는 비범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란다.
예를 들면, 남다른 지혜라든가 탁월한 재능, 강한 신념, 굳센 의지 등등..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넓은 가슴이란다.
바다는 광활하지. 사람도 바다 같은 가슴을 가져야 한단다.
수천만 줄기의 강물 가운데는 혼탁한 물이나 맑은 물, 단물이나 쓴물, 가는 물줄기나 거센 물줄기 등 별별 것이 다 있지만
어리석고 게으른 인간이나 자기의 실패를 불운으로 돌린단다.
사실 세상에는 좋은 운명이니 나쁜 운명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아.
모든 사람의 운명은 자신의 이상과 투지, 장점, 가치관과 같은 것들과 직결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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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2권을 구매했다.

한 권은,
이십대의 꿈이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르는 "꽃다운 시절"을 살아가는 디자인팀의 후배에게 건네주고,(그동안 새벽까지 야근시킨 날들이 많았고, 자기계발류의 서적들만 권해서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싶은, 미안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이다.)
한 권은 회사 책상에 꽂아두고 심신이 지칠 때마다 한편씩 읽곤 한다.

그 시집의 후기(1991년 초판에 실린 후기인듯)를 읽다가
"물질과 꿈 사이의 오랜 싸움에서 꿈의 패배로 끝나지만, 패배한 꿈들이 남긴 자취는 물질화될 수 없는 꿈들의 가엾은 파편으로 역사 위에 흩어져 있다."는 구절을 만났다.

"물질과 꿈 사이의 오랜 싸움".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칠순을 넘기며 눈에 띄게 쇠약해진 아버지는, 택배가 일상화되지 않던 시절, 학부모가 사과상자 하나라도 집에 두고 가면, 극구 돌려보내셨고,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님 퇴근하고 오시기전에 얼른 개봉해서 한두개 나눠먹어버려 돌려보낼 수 없게 만들곤 하셨다.
십원 하나라도 촌지를 거부하시던 아버님.
가난한 시골 9남대의 장남으로 한 생애를 끌어오신 아버님은, 그 싸움의 끝에서 고단한 승리, 가치를 이끌어내셨다.

내 생은 무엇으로 점철되게 살아가야하는 걸까.
꿈과 물질 사이 오래 싸움속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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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질과 꿈 사이의 오랜 싸움

    FROM 5感 BLOG 2008/02/11 19:03  삭제

    나는 '물질과 꿈 사이의 오랜 싸움' 속에서 점점 지쳐가고 있다.'집중'이 필요하다.'물질'에 집중할것이냐 '꿈'에 집중할 것이냐?남들이 뭐라 하든 '꿈'에 집중하고 싶은데, 갈수록 '물질'로 틀어지는 몸을 잡아채기에는 내 힘이 너무 모자라다.그래서 자꾸만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고 있다.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나를 잡아채려고 광주로 간다.나를 자꾸만 '물질' 로 잡아채는것들이 서울에 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자꾸 광주로 내려간다.텅 빈 집에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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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게 사과한다.
게을러서 누리지 못했던 황홀한 순간들과
귀찮아서, 혹은 두려워 미뤄 왔던 성공과 행복들에게.
지금까지의 포악과 학대와 끈질긴 괴롭힘을,
그리고 지키지 못했던 약속들에게.

느긋하고 유쾌하게 이 길을 걷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머릿속의 계획들이, 가슴 속의 욕심들이 사냥개처럼 짖어대는 통에,
당신이 데려다준 꽃길에서도 꽃 한 송이 보지 못한 채 달려왔습니다.
이제야 묻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나의 삶이여,
우리 조금 쉬었다 갈까요?
<인생에 대한 예의 - 곽세라 (샘앤파커스 출판사)>



늦은 밤 시각, 회사 건물 3층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술집 네온싸인이 어질어질하고, 담배 피우는 짧은 시간동안 잠깐 생각에 빠진다. 여기서 한 발자국만 건물밖으로 나가면 자유일텐데.
30대 중반 평범한 직장인이 다 그렇듯 업무는 한창 바쁘고, 건물 밖으로 한발자국 나간들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굳이 불평하거나, 좌절하거나, 초조해하거나, 억지로 마음을 재촉해 다 잡을 필요도 없다.
차분하고 고요하게 정적속에 생각을 맡긴다.

예나네(혜은이네) 블로그에서 가져온 도종환 시 "멀리 가는 물"이 큰 힘이 됐다.
프린터로 출력해서 모니터 밑에 붙여두고 때때로 읽곤 한다.

최근 2~3년은 "내 인생에게 사과"하는 시간이었다.
내 스스로를 포승줄로 옭아매었던, '절대'라는 가치에 대한 믿음. 스스로를 버려야 한다고 믿었던 시간들. 내 인생에게 사과한다. 이제 스스로를 더욱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리라. 더 많이 스스로에게 웃어주리라.

언제 어디서든 자유로워지리라.
그곳이 회사든지, 궁한 주머니 사정에 용돈 걱정하는 일상이든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 본래의 제 심성을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  멀리 가는 물"처럼.
어느 순간, 어느 곳이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너무 늦게 배우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친 일상속에서도  마음은 편안하다.

단, 2~3주 동안은  너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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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 가야겠다. 벌써 12시가 넘었다.
사실 업무 때문에 이 시각까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업무는 10시쯤 끝났지만('끝냈지만'이 맞는 표현이다), 꼭 공부해야할 내용도 있었고, 블로그 글도 정리하고 싶었고, 오늘 하루 뉴스들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다.
마음만 추스리다가 2시간이 넘었다.
일찍 들어가서 은결이, 진모 얼굴 구경(^^)도 해야하는데. 이래 저래 마음속으로 미뤄둔 일들만 쌓여간다. (매주 월요일은 기다리지 마시라는 소리에) 적응이 됐는지 오늘은 아내의 전화 한통도 없다.(좀 서운하긴 하지만 전화를 받으면,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구입하고도 미처 읽지 못해 책장에 쌓여가는 책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미처 다 쓰지 못한 블로그의 글들을 만지작거리다가 돌아가는 것은 슬프다.  매주 달날은 글을 쓰기로 한 날, 영화 '화려한 휴가'의 생각으로 머리속이 뒤죽박죽이다. 다시 보류. (써놓은 글은 길기도 해서 오히려 어지럽다.)

예나네(혜은이네) 블로그에  들러 새로운 시가 올라왔나 잠깐 살펴봤다. 음.. 없다. 삼성SDS 김인사장의 월요편지는, 내일 아침에 읽으려고 아껴두었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약이다.
고은의 '금남로' 등 시 몇편 읽고, 미뤄둔 글들이 뭔가 캡처해본다. 1년쯤 지나면 또 얼마나 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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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기획조정실 나과장님, 했던 말 떠오른다.
내 캐릭터에는 '권' 냄새가 난다나 어쩐다나... 웃지도 울 수도 없는, 기분이 묘했다.

지난 주에, 상범샘넴 물꼬가 1시간씩 2회나 방영된 대구방송을 찾아 다시보기를 돌려봤다. 상범샘넴 가족과, 딸 민서를 동영상으로 봤다. 혼자서 킥킥대다가,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혜은이가 예나를 안고 있는 사진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지 그 모습도 겹쳐서 떠오른다.

자, 이번주는 내일부터 시작해보자.
집에 가자. 너무 늦었다.


내가 직접 기획하는, 내 생의 프롤로그 시작하기 - 첫번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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