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기억해 줄 걸 기대하며
오르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내 발길 닿는 곳 마다
자신들의 이름을 꼭꼭 새기는
떠들썩한 환송연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내 몸무게만큼
저들의 일용할 양식을 지고 오르는
눈 덮힌 출근길
눈물 글썽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잠든 아이가 따라 밟을까
내 발걸음 지우며 가는 길
보릿고개 언덕, 에베레스트
찰칵찰칵 나부끼는 이국기 앞에
한 발짝 비켜서야 하는 나를
숨을 곳 찾는 바람은 기억해 주려나
이한주 선배, 1965년 생이니까, 올해 마흔다섯.
윤상원 문학상과 임수경통일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철도청 소속 1호선 전동차 차장으로 일하고 있고, 노동자 친구 2명 오진엽, 김명환과 함께 <일과시>라는 동인을 꾸리고 시집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학교다닐 때 동아리 선배다. 내가 재학했던 시절엔 이미 직장인이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몇번 만날 수 있었다. <평화시장>이라는 시집도 냈었고, <너희들 키만큼 내 마음도 자랐을까>라는 수필집은 재밌게 읽었었다.
동아리 40주년 기념행사가 끝나고 늦은 저녁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선배에게 아는 체를 했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시집 한권을 건네준다. 그의 시가, 그의 목소리, 행동이 그리웠다.
3인시집 <설날기차표 예매>라는 시집에 들어있던 시. <에베레스트 세르파, 아파>
대한민국은 알고 있을까. 출판사도, 가격도 없이 하늘색 바탕위에 하얀색의 새 일곱마리가 날아가고, 앙상한 겨울가지의 가로수길을 지나는 기차 그림이 그려신 시집이 올 8월에 나왔다는 것을. AD2009년에 이렇게 가슴 뭉클한 시 한편이 소리소문없이 다른 이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는 것을.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시작한지 이제 만으로 1년이 되었다.
지난 모든 직장생활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1년동안 한꺼번에 받은 듯하다.
(토요일인 오늘도 지방에 출장갔다가 밤 11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아무도 없는 빈 빌딩안에서, 시 한편 마음에 담아간다.
광영씨와 세민씨는 첫 아이를 잘 출산했을까. 전화라도 해볼걸 하는 마음 한켠.
이한주 선배의 다른 시 한편. 대학시절 동아리에 대한 회상과, 지금
흑석동 계단을 숨차게 오르던 내 스무살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천안 - 청량리 간 지하철 1호선 운전실에 잘 있습니다.
결혼도 하고
뱃살도 오르고
머리 빠지지 않는 것 말고는
덕분에 다 잘 있습니다.
써클룸 쓰레기통을 넘나들며
풋내 풀풀 풍기던 詩語들도
뒷베란다 먼지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성제兄 말씀 3장 16절이 낭송되던 그 때
둘레방 탁자 위에 넘쳐났던 소주병과 새우깡
그리고 담배 연기에 자욱히 가려졌던 革命
뭐 그런 거 다 잘 있습니까?
<저 잘 있습니다.> - 이한주








카트만두의 파상 세르파라고 합니다.
우연히 검색되어...
시로 접하는 세르파 이야기가 끝내 저며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