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게 사과한다.
게을러서 누리지 못했던 황홀한 순간들과
귀찮아서, 혹은 두려워 미뤄 왔던 성공과 행복들에게.
지금까지의 포악과 학대와 끈질긴 괴롭힘을,
그리고 지키지 못했던 약속들에게.
느긋하고 유쾌하게 이 길을 걷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머릿속의 계획들이, 가슴 속의 욕심들이 사냥개처럼 짖어대는 통에,
당신이 데려다준 꽃길에서도 꽃 한 송이 보지 못한 채 달려왔습니다.
이제야 묻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나의 삶이여,
우리 조금 쉬었다 갈까요?
<인생에 대한 예의 - 곽세라 (샘앤파커스 출판사)>
늦은 밤 시각, 회사 건물 3층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술집 네온싸인이 어질어질하고, 담배 피우는 짧은 시간동안 잠깐 생각에 빠진다. 여기서 한 발자국만 건물밖으로 나가면 자유일텐데.
30대 중반 평범한 직장인이 다 그렇듯 업무는 한창 바쁘고, 건물 밖으로 한발자국 나간들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굳이 불평하거나, 좌절하거나, 초조해하거나, 억지로 마음을 재촉해 다 잡을 필요도 없다.
차분하고 고요하게 정적속에 생각을 맡긴다.
예나네(혜은이네) 블로그에서 가져온 도종환 시 "멀리 가는 물"이 큰 힘이 됐다.
프린터로 출력해서 모니터 밑에 붙여두고 때때로 읽곤 한다.
최근 2~3년은 "내 인생에게 사과"하는 시간이었다.
내 스스로를 포승줄로 옭아매었던, '절대'라는 가치에 대한 믿음. 스스로를 버려야 한다고 믿었던 시간들. 내 인생에게 사과한다. 이제 스스로를 더욱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리라. 더 많이 스스로에게 웃어주리라.
언제 어디서든 자유로워지리라.
그곳이 회사든지, 궁한 주머니 사정에 용돈 걱정하는 일상이든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 본래의 제 심성을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 멀리 가는 물"처럼.
어느 순간, 어느 곳이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너무 늦게 배우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친 일상속에서도 마음은 편안하다.
단, 2~3주 동안은 너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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