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많이 황폐해졌다. 원래 이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러다가, '뼈 아픈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가 되는 것은 아닌지.
잠깐만, 아주 잠깐만 하고 미루어둔 일들이 '마른 장작처럼' 쌓여만 간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한달에 한통씩 쓰자고 스스로 약속했던 편지글.
은결이와 진모에게 한달에 한번씩은 글을 남겨두리라 약속했던 것들.
'최강팀의 7가지 성공전략' 이런 류의 책들에 밀려 1년 가까이 사무실 책상에 꽂혀져 있는, '문익환 평전', 김형수의 책들, 김형경의 책들.
우울할 때마다 마음의 위로를 얻고자 했던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
언제 순서가 돌아올지 모를, 강금실의 '서른의 당신에게'
"임대리님, 시골에서 엄마가 올라와 한시간정도 늦게 갈거 같아요."
"용봉91승철(수배중)부인출산. 들솔도움필요. 91이상3만원.ㅇㅇ은행 074..."
"12월19일우리딸이2주나빨리나왔어요 축하해주세요~~전목다쉬고탈진상태랍니다..^^"
휴대폰의 문자메시지에는 미처 답장을 하지 못한 메시지들이 쌓여간다.
승철이, 아직도 현장에 있으리라 생각하던...
치열하게 살지 않고서는, 그곳이 어디든지 살아남을 수 없으리란 걸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야 한다는 것도 더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매 순간순간마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바보같이.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조금만 더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
내년에 아파트로 이사가면,
회사일이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너무 늦지는 않을까.
어떤 마을
- 도종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