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욕심이었나보다.
나는 내 이십대를 어떻게든 한편의 글로선 정리할 수가 없나보다.
간다. 결국 내가 한편의 에필로그 글을 더 쓰든 말든 20대는 이미 흘러가버렸고, 기억속의 옛친구들은 이제 1년에 한번 만나기가 힘들어졌고, 뜻을 같이 했던 친구들은 오늘의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잘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상범샘처럼 대안교육공동체에 뜻을 두고 말뚝박아 놓은 못자리처럼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6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 만남 때마다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5년째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 용현이.
욕심이었을까. 마음이 통하던 몇몇 회사동료들이 이직을 한 후, 의기소침해 하던 날들이 계속 이어진다.
'얼마나 힘겨운 노동과 학습끝에 스스로 깊어졌는지를 내 쓸쓸한 친구야" 혼자서 되뇌어 본다.
은결이와 진모, 사랑하는 아내, 나이드신 부모님. 그리고 나.
사랑하는 나의 모든 사람들이여...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더욱 깊이 깊이 아름다워지기를. 그래서 생의 후반쯤에는 들판의 아름다운 꽃처럼 환한 모습으로 피어나기를...
금강 하구에서
- 안도현
시도 사랑도 안되는 날에는
친구야 금강하구에 가보아라
강물이 어떻게 모여 꿈틀대며 흘러 나왔는지를
푸른 멍이 들도록
제 몸에다 채찍 휘둘러
얼마나 힘겨운 노동과 학습끝에
스스로 깊어졌는지를
내 쓸쓸한 친구야
금강하구둑 저녁에 알게 되리
이쪽도 저쪽도 없이 와와 하나로 부둥켜 안고
마침내 유장한 사내로 다시 태어나
서해속으로 발목을 밀어넣는 강물은
반역이 되고 사랑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을
한꺼번에 보여줄테니까
장한 제련소 굴뚝 아래까지 따라온 산줄기를
물결로 어루만져 돌려 보내고
허리에 옷자락을 당겨 감으며
성큼 강물은 떠나리라
시도 사랑도 안되는 날에는
친구야 금강하구에 가보아라
해는 저물어 가도 끝없이
영차 영차 뒤이어와 기쁜 바다가 되는 강물을
하루내 갈대로 서서 바라보아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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