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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8년 8월 8일 명동성당 앞에서
 
 
  대낮인데도 세상은 어둡고
  빗줄기가 숲을 이룬
  아스팔트 이 시커먼 길 위에서
  한 무리의 전경들과
  한 무리의 학생들과
  보랏빛 손수건을 머리에 두른 어머니
  뒤엉켜 세상을 굴려가는 풍경이 쓸쓸하다
  간다. 쓸쓸한 욕지거리
  한 걸음씩 먼 길, 이렇게 역사는 가는 것인가
  우리 생(生)은 아직도 싸워야 할 일이 많아
  목마른 일상의 절정에서
  생의 우물에서 길어올리는 깊은
  사랑은 시작되는가 보다
 
  오랜 싸움의 저 끝쯤
  우산을 든 김선명씨 그리운 역사처럼 서 있고
  빗소리는 슬픈 박수소리 함성소리
  언제쯤 이 슬픈 싸움은 끝나고
  사람으로 배부른 날들을 맞이할 것인가
  물음은 끝이 없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명동성당엘 갔었지.
그 비 다 맞으며, 전경들, 학생들, 보랏빛어머니, 기를 쓰고 악을 쓰고 다같이 울었지.
김선명 할아버지.한국 현대사의 슬픈 눈망울,
우산을 쓰고 물끄러미 우리들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는 결국 북으로 돌아갔다. 그 땅에서 평온한 영혼을 누리시기를...
그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의 '소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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