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위엔
널부러진 종이며 연필 뻥튀기 부스러기들.
쇼파엔
창작 철야 세시간 잠 달게 자는 동지들
칠판엔 오늘 일정이 가지런하다
회장님은 버얼써 집에 가셨나보다
8 :30 조회
12 :00 집회
.
.
.
오늘 동아리 철야
부모님께 탄압받고 노태우에게 탄압받아
집나온 동기의 잠자리는 연이은 철야로 지새우고
토요일 미생물 시험있음
미승이와 밤새워 공부를 하겠음
오늘 막내 보고 끝
더이상 핑계거리 찾을 수 없어
다음 철야는
엄마 죄송해요
휴우
빨리 청소하고 밥 먹었으면......
- 용봉문학회 이금안
전남대 2학생회관 용봉문학회.
대자보와 뭇 일정표로 빼곡히 찬 동아리방 벽에는 이 시가 붙어 있었다.
딸은 이제 '그만(금안)'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90학번 선배.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내 기억속에 선명하게 얼굴이 떠오르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 금안선배의 착한 눈망울이 떠오른다.
어려운 시절을 헤치며 살아오면서도, 참 많이 여려서 눈물도 많고 심성도 고왔다. 가까이 한 시간은 많지 않았으나 내가 따르고 좋아했던 사람.
아무도 기억하지 않은 기억의 산너머에서 아름답게 피었다가 지는 꽃처럼
동아리방벽에서는 새로운 시로 채워졌을 것이고,
이제 이 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졌으리라.
강렬하고 인상깊었던, 뜨거웠던 시들은 다 잊혀졌지만 이 시만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뜨거웠던 91년을 기억하게 한다.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한 사람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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